코를 골지 않아도 — 수면무호흡 검사가 필요한 사람

확인 2026.06.05읽기 6분

코를 곤다거나 자다가 숨이 멎는다는 말은 대개 본인이 아니라 옆에서 자는 사람이 해 주는 이야기다. 그래서 혼자 자거나, 코를 골지 않는 유형이거나, 옆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면 — 수면무호흡이 있어도, 심지어 중증이어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이 글은 코를 골지 않아도 수면무호흡을 의심하고 검사를 고려해야 하는 신호와 상황을 정리한다.

코를 안 골아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수면무호흡의 중증도는 보통 시간당 호흡이 멎거나 얕아진 횟수(무호흡-저호흡 지수, AHI)로 매긴다. 그런데 이 수치와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증상 사이의 관계는 생각보다 약하다. 새로 진단된 환자들을 분석한 한 연구에서 졸림, 수면의 질, 우울, 불안 점수는 모두 AHI와 의미 있는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 두 값이 함께 움직이는 정도를 0(전혀 무관)에서 1(완전히 일치)로 나타낼 때, 증상 점수는 가장 센 것조차 0.18에 그쳐 사실상 무관에 가까웠다. 오히려 체질량지수(BMI)만 유일하게 AHI와 의미 있는 상관(0.33)을 보였다[1]. 쉽게 말해 검사 수치가 심해도 본인은 거의 못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수면무호흡은 낮에 졸린 병"이라는 통념도 절반만 맞다. 졸림은 흔히 대표 증상으로 꼽히지만, 이 연구에서 졸림 정도(ESS)는 무호흡 지수와 상관이 없었고, 졸린 사람과 안 졸린 사람의 평균 무호흡 지수에도 차이가 없었다[1]. 졸림이 없다고 무호흡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를 곤다는 걸 본인이 아는 경우에도, 정작 진단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추정으로는 전 세계 30~69세 성인 약 9억 3,600만 명이 경증 이상의 수면무호흡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의료 환경이 갖춰진 선진국에서도 대부분은 여전히 진단·치료받지 못한 채 지낸다[2]. 게다가 무호흡 자체는 잠든 동안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이 자각할 수 없고, 옆 사람의 목격이나 검사로만 확인된다.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신호

수치(AHI)와 증상의 정도가 따로 논다는 말은, 뒤집으면 증상이 가벼워도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지 증상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래 신호들은 무호흡을 진단하거나 그 경중을 매기는 기준이 아니라, 검사를 받아볼지 가늠하는 단서로 보면 된다. 코골이·목격된 무호흡이 옆 사람이 보는 신호라면, 이것들은 본인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신호다.

  •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 낮에 졸리거나 만성적으로 피곤하다
  • 밤에 소변 때문에 두 번 이상 깬다(야간뇨)
  • 자다가 숨이 막혀 깬다
  • 자주 깨고 잠이 얕거나 잠들기 어렵다(불면)
  • 아침에 머리가 아프다
  • 자고 나면 입이 마르고 목이 칼칼하다
  •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지고 머리가 멍하다
  • 이유 없이 우울·불안하거나 짜증이 난다

특히 여성은 코골이보다 이런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면무호흡 환자를 남녀로 나눠 비교한 연구에서 여성은 아침 두통(50.0% 대 28.4%), 우울감(49.0% 대 19.5%), 하지불안 증상을 남성보다 더 자주 호소했고, 피로와 야간뇨도 더 흔했다[3]. 또한 여성은 자신이 코를 곤다는 사실 자체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수면검사를 의뢰받은 환자 연구에서 스스로를 "코를 골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 28%, 남성 6.9%였는데, 자칭 비코골이 여성의 36.5%는 실제로는 심한 코골이였다[4]. 그래서 여성의 수면무호흡은 불면·피로·우울로 오인되기 쉽다.

수면무호흡 환자 중 증상 호소 비율 (여성 vs 남성)여성남성피로야간뇨아침 두통우울감하지불안74.6%63.7%69.7%51.8%50%28.4%49%19.5%43.1%17.2%0%20%40%60%80%
같은 수면무호흡이라도 여성은 피로·야간뇨·아침 두통·우울감·하지불안을 남성보다 더 자주 호소한다. 코골이가 아니라 이런 형태로 나타나기 쉬워 불면·우울로 오인되기 쉽다. 출처: Bostan OC, Akcan B, Saydam CD, et al. Impact of Gender on Symptoms and Comorbidities in Obstructive Sleep Apnea. Eurasian J Med. 2021;53(1):34-39.

"비만이 아니라서 괜찮다"는 한국인에게 특히 위험하다

수면무호흡은 흔히 살찐 사람의 병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같은 비만도에서도 동아시아인은 턱이 작고 기도가 좁은 골격 구조 때문에 더 심한 무호흡을 보인다. 백인과 중국인 환자를 비교한 연구에서, 비슷한 체질량지수(BMI)인데도 중국인 환자의 무호흡이 더 심했고 두개안면 골격은 더 작았다[5].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자문도 아시아인은 서구 기준보다 낮은 BMI에서 이미 당뇨·심혈관 위험이 높다고 보고, BMI 23을 추가 '주의' 기준점의 하나로 제시했다[6]. 이를 반영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흔히 과체중 23, 비만 25를 기준으로 쓴다.

한국인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수면무호흡이 의심돼 검사받은 한국인 383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수면무호흡을 시사하는 BMI 기준은 여성 약 23, 남성 약 25였고, 목둘레 기준은 여성 약 34.5 cm, 남성 약 38.75 cm로 — 미국에서 흔히 쓰는 목둘레 43 cm(남성)보다 훨씬 낮았다[7]. 즉 마른 체형이어도, 목이 그리 굵지 않아도 수면무호흡일 수 있다.

수면무호흡을 시사하는 목둘레 기준 (한국 vs 미국)한국미국남성여성38.8cm43cm34.5cm38cm0cm10cm20cm30cm40cm50cm
한국인 기준 목둘레는 미국에서 쓰는 기준보다 몇 cm 낮다. 목이 그리 굵지 않아도 수면무호흡일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 Kang HH, Kang JY, Ha JH, et al. The associations between anthropometric indices and obstructive sleep apnea in a Korean population. PLoS One. 2014;9(12):e114463.

이런 질환이 있으면, 코를 안 골아도 검사를 고려한다

수면무호흡은 심혈관 질환자에게 특히 흔하다. 고혈압·심부전·관상동맥질환·폐동맥고혈압·심방세동·뇌졸중 환자에서 유병률이 40~8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8]. 그래서 다음에 해당하면 코골이가 없더라도 검사를 고려한다.

  • 약을 써도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특히 난치성 고혈압)
  • 심방세동 등 부정맥(특히 시술·제세동 후 재발한 경우)
  • 2형 당뇨, 대사증후군
  • 뇌졸중·일과성 허혈발작 병력
  • 심부전(숨찬 증상이 있는 경우), 관상동맥질환
  • 비만 수술을 앞둔 경우

미국심장협회는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폐동맥고혈압, 또는 시술 후 재발한 심방세동 환자에게 수면무호흡 선별을 권한다[8].

한국의 인구 기반 수면검사 연구에서도 40~69세 성인의 수면호흡장애(AHI 5 이상)는 남성 약 27%, 여성 약 16%로 드물지 않았다[9]. 서구 추정치보다는 낮은 편인데, 한국·동아시아의 상대적으로 낮은 비만율이 한 배경으로 흔히 거론된다. 다만 비만 인구가 늘면 이 차이는 줄어들 수 있다.

선별 도구: STOP-Bang

수면무호흡 위험을 빠르게 가늠할 때 임상에서 널리 쓰는 선별 도구가 STOP-Bang이다. 토론토 University Health Network(UHN)의 Chung 등이 수술 전 환자에서 개발·검증했으며, 기존 STOP 4문항에 체질량지수·나이·목둘레·성별을 더한 것이다[10]. 코골이·주간 피로·목격된 무호흡·고혈압(STOP)에 체질량지수·나이·목둘레·남성(Bang)을 더한 8가지를 평가해, 보통 3개 이상이면 고위험군으로 본다.

직접 점수를 매겨보려면 — STOP-Bang 점수 계산기 (MDCalc) →

STOP-Bang은 놓치지 않는 데 강한 선별 도구다. 수술 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 3개 이상일 때 민감도는 전체 수면무호흡 85%, 중등도 이상 88%, 중증 90%였다[11]. 다만 양성이라고 진단은 아니며, 음성이라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특히 BMI와 목둘레 항목은 서구 기준이라, 마른 한국인은 점수가 낮게 나와도 수면무호흡일 수 있다 — 앞서 본 것처럼 한국인은 더 낮은 BMI·목둘레에서도 생기기 때문이다[7].

검사는 어떻게 받나

수면무호흡 진단은 증상이 아니라 수면다원검사로 한다. 한국에서는 2018년 7월부터 수면다원검사가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돼, 병원에서 하룻밤 받는 수면다원검사가 표준 경로가 되었다[12]. 해외 일부 국가에서 쓰는 가정용 수면검사(홈슬립무호흡테스트)는 국내에선 아직 일반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보험 적용 양압기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에서 시행한 수면다원검사로 진단받아야 한다[12]. 특히 심폐질환·신경근육질환·뇌졸중 병력·심한 불면이 있으면 가정용 검사가 아니라 병원 수면다원검사가 권장된다[13].

위 신호 중 몇 가지가 겹친다면, 코를 골지 않더라도 수면클리닉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의학적 권고가 아닙니다. 본인의 증상과 병력에 따라 수면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코를 안 고는데도 수면무호흡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코골이와 목격된 무호흡은 옆 사람이 관찰하는 신호라, 혼자 자거나 코를 골지 않는 유형에서는 중증이어도 놓치기 쉽습니다. 진단은 증상이 아니라 수면다원검사로 합니다.

마른 체형이라 괜찮지 않을까요?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턱이 작고 기도가 좁은 골격 때문에 서구인보다 낮은 체중에서도 수면무호흡이 생깁니다. 마른 체형이어도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고려하세요.

어떤 병이 있으면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조절이 안 되는 고혈압, 심방세동, 뇌졸중 병력,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같은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코를 골지 않아도 수면무호흡 선별을 고려합니다. 이런 심혈관 질환자에서 유병률이 40~80%로 높기 때문입니다. 2형 당뇨나 대사증후군이 있을 때도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Macey PM, Woo MA, Kumar R, et al. Relationship between obstructive sleep apnea severity and sleep, depression and anxiety symptoms in newly-diagnosed patients. PLoS One. 2010;5(4):e10211. 링크 DOI 10.1371/journal.pone.0010211
  2. Benjafield AV, Ayas NT, Eastwood PR, et al. Estimation of the global prevalence and burden of obstructive sleep apnoea: a literature-based analysis. Lancet Respir Med. 2019;7(8):687-698. 링크 DOI 10.1016/S2213-2600(19)30198-5
  3. Bostan OC, Akcan B, Saydam CD, et al. Impact of Gender on Symptoms and Comorbidities in Obstructive Sleep Apnea. Eurasian J Med. 2021;53(1):34-39. 링크 DOI 10.5152/eurasianjmed.2021.19233
  4. Westreich R, Gozlan-Talmor A, Geva-Robinson S, et al. The Presence of Snoring as Well as its Intensity Is Underreported by Women. J Clin Sleep Med. 2019;15(3):471-476. 링크 DOI 10.5664/jcsm.7678
  5. Lee RW, Vasudavan S, Hui DS, et al. Differences in craniofacial structures and obesity in Caucasian and Chinese patients with obstructive sleep apnea. Sleep. 2010;33(8):1075-1080. 링크 DOI 10.1093/sleep/33.8.1075
  6. WHO Expert Consultation. Appropriate body-mass index for Asian populations and its implications for policy and intervention strategies. Lancet. 2004;363(9403):157-163. 링크 DOI 10.1016/S0140-6736(03)15268-3
  7. Kang HH, Kang JY, Ha JH, et al. The associations between anthropometric indices and obstructive sleep apnea in a Korean population. PLoS One. 2014;9(12):e114463. 링크 DOI 10.1371/journal.pone.0114463
  8. Yeghiazarians Y, Jneid H, Tietjens JR, et al. Obstructive Sleep Apnea and Cardiovascular Disease: A Scientific Statement From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Circulation. 2021;144(3):e56-e67. 링크 DOI 10.1161/CIR.0000000000000988
  9. Kim J, In K, Kim J, et al. Prevalence of sleep-disordered breathing in middle-aged Korean men and women. Am J Respir Crit Care Med. 2004;170(10):1108-1113. 링크 DOI 10.1164/rccm.200404-519OC
  10. Chung F, Yegneswaran B, Liao P, et al. STOP questionnaire: a tool to screen patients for obstructive sleep apnea. Anesthesiology. 2008;108(5):812-821. 링크 DOI 10.1097/ALN.0b013e31816d83e4
  11. Hwang M, Nagappa M, Guluzade N, et al. Validation of the STOP-Bang questionnaire as a preoperative screening tool for obstructive sleep apn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Anesthesiol. 2022;22(1):366. 링크 DOI 10.1186/s12871-022-01912-1
  12. 서울대학교병원. 집에서 하는 수면무호흡 검사. 서울대병원 의학정보. 2021. 링크
  13. Kapur VK, Auckley DH, Chowdhuri S, et 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Diagnostic Testing for Adult Obstructive Sleep Apnea: An 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 Clinical Practice Guideline. J Clin Sleep Med. 2017;13(3):479-504. 링크 DOI 10.5664/jcsm.6506